라이프로그


나츠메 우인장 - 어쩌면, 가장 진화한 형태의 심령물 읽다가...

Yuki Midorikawa, 1~13권(연재 중), 학산문화사 2009 ~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왠지 그저 자주 보고 들었던 것만 같은 제목이라는 이유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사실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인즉,
    조(부)모로부터 유령이나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물려받은 소년과,
    역시 그 조(부)모와의 나름 복잡한 사정으로 얽힌 까닭으로 소년을 보호하게 된 요괴...라는 설정이,
    '백귀야행'-'누라리횬의 손자'에서 나오는 그런 백귀야행이 아닙니다.-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연재를 한 순서를 따진다면, 아무래도 '백귀야행'이 먼저일 텐데,
    이렇게 흡사한 배경 설정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표절 시비가 없을 수 있었는지,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상당히 궁금하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역시나 그르치기 쉬운 모양인지...
    하나씩 책장이 넘어가며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처음에 가졌던 그런 불만은 점점 옅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우선 단편적인 에피소드의 나열에 그치기 쉬운 옴니버스 형식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줄기를 착실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세심함이 돋보였고,     
    할머니의 유품인 우인장(友人帳)에 봉인된 요괴들의 이름을 되찾아 준다는 중심 소재가
    어느새인가 그저 많은 장치 중 하나로 인식될 만큼 다채로운 전개는,
    '나츠메 우인장'이 그저 '심령'이라는 장르로 쉽게 뭉뚱그려질 만한,
    그렇게 쉽게 잊혀질 흔한 이름 중의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명작'인지는 잘 몰라도 '수작'임에는 분명한...)

        '요괴는 무조건 때려 잡아 없애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했던 예전 심령물들에 비해서,
        (개인적으로는 '공작왕'이 떠오르는데, 너무 명제에 충실한 내용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결국 중간에 책을 덮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꼭 오래 달리기 중간에 지쳐 나가 떨어지는 것처럼...)
        왠지 내 일상 속에서도 한 두 번쯤은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이
        훨씬 더 친근하고 다양한 소재를 아우른다는 점만을 보더라도,
        심령물이라는 장르에 있어 '나츠메 우인장'이 보다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꽤나 명확하다.
        그러나 연재를 거듭할수록 은근히 엿보이는 액션성('퇴마사'라는 직업의 등장)이라든가,
        보다 다양한 주변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작품이 사실상 장르의 가장 진화한 형태는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백귀야행'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요괴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일부'라는 세계관을 가진 작품인 까닭에,
특별히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없다는, 그러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보다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참 '착한' 작품이고,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록 연재가 진행되는 중(완결되지 않았다는)이라 아직은 기다릴 시간이 상당하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작가가 꺼내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일 것이다.



덧 하나.
이 작품도 대강 적당히 보면 등장인물들이 다 똑같다.
작가는 아무래도 특별히 작화로 승부하고 싶어하는 쪽은 확실히 아닌듯 하다.

덧 둘.
유사한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들을 한 두번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을 - 하물며 등장하는 요괴들도 대부분 일본 전래 설화에서 유래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 이 작품의 배경은 참신한 느낌은 다소 떨어질 수 있을지 몰라도,
그만큼 더욱 쉽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이 글의 제일 처음에, 다른 작품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고 지적했던 '세계관'은,
어쩌면 다소의 논란을 예상하고서라도 감안했을 만한, 고도로 계산된 설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생각할수록, 더욱 그랬을 것 같다.
(나의 세계관은 이다지도 비틀린 것인가...)

덧글

  • Esperos 2012/10/10 20:35 #

    나츠메 군이 귀엽죠. 야옹 선생이 귀엽죠. (덤으로 저는 여캐 중에서는 타키가 매우 좋습니다...)
    백귀야행도 예전에 봤는데, 생각해보면 기본 컨셉은 비슷한 면도 있네요. 작품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사람들이 연상을 못한 거 아닌가 싶어요. 저는 미 화백 그림체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나츠메 우인장 이전 작들도 대부분 구입해서 읽어보았는데, 의외로 자기 그림체가 뚜렷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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